감기는 수많은 종류의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여러 가지 임상 양상을 보이는 “질환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리노 바이러스가 가장 흔한 원인 바이러스이고, 이외에 아데노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파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여러 가지 바이러스가 감기를 유발시킬 수 있죠. 여기서 바이러스와 세균의 차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흔히 바이러스와 세균(박테리아)을 혼동하는데요.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훨씬 작은 미생물로 전자 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생물입니다. 즉, 무 생물적인 특성과 생물로서의 특성을 모두 갖죠. 반면 세균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이 가능한 크기로 세포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독립적인 신진 대사가 불가능하여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만 분열, 증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세균은 세포 내에서가 아닌 세포 밖에서도 독립적인 분열 증식이 가능하죠.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항생제는 이러한 세균의 특성을 연구하여 개발된 것으로 세균 세포와 사람 세포(포유류 세포)의 특성과 차이점을 연구하여 세균 세포의 생장을 억제하는 여러 가지 경로를 차단하여 죽이거나 정지 상태로 만듭니다. 따라서 항생제를 사용한다고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지는 못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감기에 걸렸을 경우 항생제는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꼭 필요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감기에 걸린 후 국소 면역 저하에 의해 2차적인 세균 감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비동염(축농증), 중이염, 기관지염, (기관지)폐렴 등은 감기에 걸린 후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합병증입니다. 감기는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자기 자신의 면역 체계가 확립되면 저절로 낳을 수 있고 합병증도 거의 없어 치료하지 않아도 병을 키우지는 않습니다. 대개 1주일이면 증상이 회복되기 때문에 만일 1주일 이상 증상이 지속되거나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고 악화된다면,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들과의 감별을 위해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합니다. 특히, 기침과 가래, 콧물이 점점 심해지면서 색이 누런색 또는 녹황색으로 변하거나 열이 지속된다면 세균에 의한 2차 감염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일단 항생제를 사용하면 2-3일간의 경과를 관찰하여 항생제의 효과를 판단하게 됩니다. 항생제에 반응을 보여 열이 떨어지고 증상이 서서히 호전되기 시작한다면 일정 기간 항생제 치료를 유지하지요. 하지만 반응이 없는 경우 항생제 내성을 고려하여 약제를 바꿔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나친 항생제 남용으로 지역 사회에서 약제 내성 균주에 감염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딱히 쓸 약이 없는 광범위 항생제 내성 균주에 의한 감염도 있을 수 있죠. 이러한 약제 내성 균주의 창궐을 막기 위해서라도 항생제 처방을 받을 때는 전문의의 진료와 감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기는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감기나 독감 모두 비를 맞거나 추워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눈, 코, 입 점막을 통하여 전염되는 전염병으로 감기 환자가 자신의 콧물, 기침, 침, 눈물 등을 만진 후 문고리, 전화, 초인종 등에 옮기고 이를 다른 사람이 만진 후 다시 눈, 코, 입 등을 통해 전염되므로 손을 잘 씻고 양치질을 잘하는 등 개인위생 관리가 예방의 지름길입니다. 또한 감기나 독감에 걸린 경우 충분한 수분과 음식물 섭취, 충분한 휴식을 통해 면역을 높이도록 노력하고 필요시 증상을 완화하는 약 등을 복용해야 하겠습니다.